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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 Knoebel Figura Sep 02 – Oct 14, 2023 | Daegu

리안갤러리 대구는 신관 개관 기념전으로 독일을 대표하는 추상화가 이미 크뇌벨(Imi Knoebel, 1940-)의 네 번째 개인전 ‘Figura’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생명력과 생동감 있는 인물을 암시하는 유기적 형태의 ‘Figura’ 연작을 포함해 2022년 최신작까지 다양한 대표작 12여 점을 선보인다. 이미 크뇌벨은 사각 캔버스 틀 안에 구현하는 전통적인 회화의 양식을 탈피하고 틀 자체를 기하학적 또는 유기적 형태로 변주하는 방식으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현한다.

이미 크뇌벨의 작품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을 대표하는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1879-1935) 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회화가 외부 세계의 어떠한 것도 재현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말레비치는 세상 최고의 진리는 형상, 즉 어떤 것도 재현하지 않는 순수한 도형으로만 표현될 수 있다고 정의하며 새로운 예술체계 '절대주의(Suprematism)'를 선언했다. 처음 본 순간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말레비치의 대표작 ‘검은 사각형(Black Square)’(1915)을 회화에 대한 개념을 해방시킨 전환적인 작품이었다고 밝혔던 크뇌벨은 회화의 재현적이고 사실적인 형상을 배제하고 순수한 오브제 그 자체의 형태와 공간, 색상 간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새로운 시각적 여정을 추구해 왔다. 다만, 회화는 현실과 단절된 세계라고 정리한 말레비치와 달리 회화를 자체의 순수함과 보는 이의 감수성까지 포함해 관람객들의 감성을 통해 역동성과 생명력까지 부여받아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미 크뇌벨의 스승이자 개념미술 작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는 크뇌벨이 제한적인 틀을 깨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태로 시도 하게끔 지도했으며 크뇌벨이 고심한 닫힌 공간의 캔버스에 대한 문제의식을 실험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작가를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후원해 거장들을 지지한 것으로 유명한 디아 재단의 현대 미술관 디아:비콘에서 장기 전시 중인 대표작 ‘19번 방(Raum 19)’(1968)은 보이스의 지도하에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동료 작가들과 함께 고안했던 장소를 실제 크기에 맞추어 특별 제작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가장 흔하게 보였고 저렴했던 나무 판넬(Masonite) 등으로 제작한 ‘19번 방’은 작가가 “모든 것이 나에겐 회화이다, 모든 상황에서 회화를 끄집어낼 수 있다”라고 스스로 언급한 회화 창조, 재료 사용 원칙을 상기시킨다.

1990년대부터는 집에 있던 오래된 거울의 프레임에서 영감을 받고 알루미늄 소재를 회화의 지지체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그의 작업을 대표하는 재료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Figura’ 연작은 조립식 알루미늄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잘라내고 그 위에 여러 색채를 덧칠한 작업이다. 작가의 딸이 운영하는 제과점의 형형색색의 케이크, 손녀의 자유분방한 색칠놀이 등 작가의 일상이 작품의 모양이나 색채 선택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물감을 흡수하는 종이와 다르게 차가운 금속 위 붓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은 색채가 가진 근원적인 생동감과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별히 작가의 요청으로 이번 전시에 포함된 ‘Kleiner Archetyp 16c’(2022)는 2008년에 독일 홀레 펠스 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비너스상(Venus of Hohle Fels)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이는 매머드 상아에 조각된 인류 최초의 여성 조각상에 대한 작가의 헌정이자 작가가 생각하는 ‘영원한 여성상’을 춤을 추는 듯한 여성의 실루엣으로 그려낸 것으로 고유의 알루미늄 회화로 마무리하였다. 크뇌벨이 한 인터뷰에서 회고했듯 “새로운 작품은 오래된 형식의 재개이다. 나는 오늘날까지도, 내 작업의 초기 시작점으로 늘 돌아가며, 모든 것을 융합한다”는 작품 제작의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미 크뇌벨의 개인전과 함께 선보이게 될 리안갤러리 신관은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독립된 전시가 가능한 3개의 전시장과 교육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며 순수 전시장 규모만 140여 평, 주 전시장의 층고가 9m에 달해 대작의 전시가 가능하다. 노출 콘크리트로 건축된 기존의 리안갤러리와 알루미늄 외장이 그대로 드러난 새로운 전시 공간은 순수한 물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속적이며, 알루미늄 패널로 마감된 신관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다채로운 색상의 알루미늄 회화와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지난 50여 년간 이미 크뇌벨은 말레비치와 보이스로부터 계승한 자신만의 예술적 개념을 발전시켜 조각같은 캔버스로 건축적인 추상화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왔다. 고유의 작업과정을 통해 나타난 순수한 결과물을 감상하며 관람객들이 형태와 공간, 색상 간의 조화를 새롭게 탐구하는 공감각적 체험이 되길 기대해 본다.

 

About Artist

이미 크뇌벨(Klaus Wolf Knoeble)은 1940년 독일 데사우에서 태어났다. 바우하우스의 전통을 다루었던 다름슈타트 공예학교에서 크뇌벨과 그의 동료였던 레이너 기스(Rainer Giese, 1942-74)는 그들의 우정과 결속력을 상징하기 위해 "ich mit ihm"의 축약어 “이미(Imi)”라는 가명을 공유했으며 지금의 ‘이미 크뇌벨’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은 1964년 요셉 보이스의 뉴스와 이미지를 보고 그 새로움과 혁신에 매료되어 보이스가 있던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로 옮긴다. 특히 DIA:Beacon에서 장기 전시 중인 대표작 ‘19번 방(Raum 19)’(1968)은 크뇌벨이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보이스의 지도 하에 동료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예술 개념과 실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던 장소를 실제 크기에 맞추어 특별 제작한 것이다. 디아 재단은 후원할 작가를 먼저 선정하고, 이들 작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유명하며, 미국 화단에선 디아 재단의 후원 자체가 성공을 의미한다.

크뇌벨의 첫 전시는 1968년 이미 기스와 함께한 “IMI + IMI” 전으로, 1970년 이후 카셀 도큐멘타에 4차례 초대되었으며 스테델릭 미술관(1980), 쿤스트뮤지엄 본(1983)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볼프스부르크 미술관에서 “이미 크뇌벨. 1966-2014 작업” 전시로 대규모의 회고전이 진행되기도 했으며 뒤셀도르프 미술관(2012), 베를린 구겐하임 미술관(2009), 샌프란시스코 미술관(2007)등 주요 개인전이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뉴욕현미술관, DIA:Beacon, 워커아트센터, 비엔나 알베르티나 박물관, 네덜란드 헤이그 시립미술관, 과천국립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크뇌벨은 독일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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